오병후 창원기술정공 대표가 20일 밤 자카르타 시내 호텔에서 열린 ‘창원-인도네시아 방위산업 수출 상담 및 경제 협력 교류’ 행사를 마친 뒤 중소 방산기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7년을 준비했다. 자금도, 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이 그를 이끌었다. 국내 방위산업의 68%를 차지(업체 수는 200개 이상)하는 ‘방산 도시’ 경남 창원시 이름을 걸고 나섰다. 그 결실이 ‘인도네시아 방위산업 무역사절단’이다. 방위산업 제2도약의 기치 아래 허성무 창원시장을 단장으로 한 사절단은 18~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 군수업체들을 상대로 65건의 수출 상담을 했다. 실제 계약금액 1,180만달러(140억원), 업무협약(MOU) 7건, 인도네시아 무기 구매담당이 참여한 기업교류 2회 등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 이창현 부관장 등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의 현장 지원과 행사 기획력도 빠질 수 없다.
이번 행사의 주역인 창원방위산업중소기업협의회장 오병후(59) 창원기술정공 대표를 20일 밤 만났다. 간담회, 설명회, 현장 학습, 수출 상담 등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짬 내기가 쉽지 않았다. 오 대표는 1987년 대우중공업 특수사업부(방산)에 입사해 삼성중공업으로 옮기는 등 10년 넘게 방산 업계에서 일했다. 1997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해, 우리나라가 최초로 만든 병력수송장갑차 K200과 역시 우리가 독자 개발한 K9 자주포 등에 부품을 댔다. 육해공군 어떤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이든 최고 품질을 인정받았다. 국산화 연구ㆍ개발(R&D)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직원이 65명에 불과하지만 납기 엄수와 품질 우수성만큼은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했다.
오병후 대표의 아이디어로 3년 전 개발한 창원기술정공의 지뢰탐지 드론 중 탐지용 드론. 창원기술정공 제공
특히 이번에 인도네시아 업체들이 관심을 보인 장비는 오 대표가 4년 전 아이디어를 내고 1년여 만에 자체 개발한 지뢰탐지 무인기(드론)이다. 지뢰탐지 드론은 △목함지뢰라도 지하 20㎝ 밑까지 탐지가 가능한 탐지 드론 △오차 범위 10㎝ 안팎으로 탐지된 지뢰를 폭탄으로 제거하는 폭파 드론 등 두 대의 드론으로 구성돼 있다. 1시간인 배터리 사용시간을 6시간으로 늘린 수소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오 대표는 “인도네시아 업체가 드론 10대(대당 1억5,000만원)를 사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밝혀 MOU를 체결했다”라며 “현지에 나오니 확실히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외교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가 사절단을 인도네시아로 이끈 건, 수년 전 홀로 두 차례 수출 상담차 방문한 인도네시아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부품, 설계, 조립 등을 모두 갖춘 방산 도시는 창원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라며 “창원의 특화된 장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나라가 인도네시아”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노후한 무기와 장비들을 부품 교체 등으로 환골탈태시키거나 완전 복구한다는 것(군 용어로 ‘창 정비’)이다.
오병후(뒷줄 오른쪽) 창원기술정공 대표가 경남 창원시 회사 사무실에서 지뢰탐지 드론의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창원기술정공 제공
중소기업의 강점도 설명했다. “세계 유수의 방산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대기업보다 부품 공급 등으로 지속적인 무기 운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소 방산기업이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에서 이번에 관심을 쏟는 분야가 드론과 조명 부문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소기업이 세계 방산 시장에 접근하기 가장 좋은 시기가 바로 지금, 때를 놓치면 미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기와 군 장비 부품 등을 꾸준히 공급하는 방산 중소기업의 가치는 유사시뿐 아니라 안보에 대한 적금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라며 “유독 국내 중소 방산기업에만 가혹한 우리나라의 관련 규제들을 현실에 맞게 조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